죽음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가끔씩,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by 강주희 · SINO

일에 의욕이 떨어지고, 입맛도 없고. 몸과 마음의 무력함을 해결하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고. 가끔은 너무나 깊은 우울감에 빠져서 괴로운데, 주위에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는 것 같고, 이 괴로움도 결국 내가 사라지면 다 해결될 것 같고, …

혹시 이런 말과 행동을 주위에서 보거나 들은 적이 있나요? 혹시 당신 주위의 누군가 의미심장한 행동을 슬쩍 보이거나 우울감이 묻어나는 말들을 툭 내뱉은 적이 있지는 않나요?
당신에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지금도 당신 곁에 살아있어 준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절실하게 요청하고 싶습니다. 그 사람이 당신에게 보내는 신호를 읽어달라고, 그 사람에게 관심섞인 말을 건네달라고, 그냥 지나치지 말아달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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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잘 들지 못하거나, 식욕이 급격하게 늘거나 줄어 체중이 변하거나, 급격하게 술 또는 담배가 늘거나, 갑자기 가진 재산을 정리해 가족에게 전하거나. 갑작스러운 행동/신체의 변화로 요약될 수 있는 위의 몇 가지 징후들은 최근 4년여 간 한국에서 자살로 숨진 이들이 자살 전에 보였던 징후입니다.

"젊은이들 같은 경우에, 자기 중요한 걸 선물을 한다던지, 평소에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던 물건을 나눠줄 때는 굉장히 주의 깊게 그걸 봐야 되거든요, 쟤가 왜 이렇게 줄까 무심코 넘길 일이 아니라 혹시 무슨 일이 있는지 잘 봐야 돼요.” -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이명수 센터장


2016년,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발표한 심리부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의 93.4%는 자살 전에 주위에 경고신호를 보냈다고 합니다.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실시한 심리부검의 대상자는 지난 4년 간 한국에서 자살로 숨진 20살 이상 한국인 121명의 ‘유가족’이었습니다. 즉, 이미 자살 사망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에야 자살 유가족들이 그들의 자살 징후에 대해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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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는 사람이 왜 그런 신호를 보냈을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인 행동패턴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가감정의 흔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죽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그것이 특정한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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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는 마음이 사실 그 이면에는 살고 싶다는 마음과 같은 마음이라고 보는 거죠" - 누다심 심리상담 센터 대표 강현식


살고 싶어서 죽고 싶다는 감정, 그 자체로 모순인 것처럼 보이는 이 양가적인 감정을 두고 이명수 센터장은 “자살 예방사업을 하는 이들에게 이는 굉장히 중요한 신념”이라고 말합니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100% 죽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며 양가성이 있기 때문에 (자살 예방을 위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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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감정이 자살예방사업을 하는 전문가에게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양가감정 속 살고 싶다라는 데 방점을 두면 ‘살릴 수 있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살릴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지인에게도, 자살예방사업을 하는 전문가에게도, 양가성은 살릴 수 있다는 신호이기에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