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O]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했니?

10·20대의 자살보도와 모방자살

by 강주희 / SINO

'10대 자살'

'어느 고교생 성적비관 자살'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는 언제일까요?
60만 명의 수험생이 12년 과정을 마무리 짓는 수능 날 밤입니다.

"수능 망친 애들은 한 두 명이 아니잖아요.
굉장히 많은데, 수능 비관 자살이라는 보도를 접했을 때,
'나는 부모님께 무슨 면목으로 살아야 하는 건가, 나도 죽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이 역시 미디어의 폐해죠.

미디어는 사회인식을 바꿀 수 있는 굉장한 힘이 있고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곳인데,
외국에 있는 미디어들이 우리나라 자살보도를 보면 기가 차다는 반응을 많이 해요.
'어떻게 이렇게 자극적으로 보도할 수가 있죠?'라고요."

- 이명수(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센터장)

자살과 자살보도

누군가에게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잊고 지내는 단어이다가도, 소중한 이를 잃은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되는 단어. 그래서 더욱더 언론, 미디어에서는 신중해야만 합니다. 죽음을 이 힘든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지의 하나로, 해결책으로 생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자살에 대한 모든 정보를 넣은 헤드라인으로 인해, 대중은 자살과 자살 이유, 합당한 상황, 시간과 장소를 한꺼번에 습득하게 됩니다. 이 역시 디지털 강국인 한국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 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기사에서는 한 줄에, 모든 것을 넣어 가장 자극적이고 '클릭할 만한' 헤드라인으로 뽑으니까요.

'20대 자살'을 이야기하는 이유

네이버에서 최근 3년간 '20대 자살’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많이 오르내린 날짜는 작년 이맘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5년 3월 23일, 20대 남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연달아 뜨기 시작하면서 청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고, 연이어 고시촌 청년 자살, 동반자살 등 다양한 사례가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세세하게. 고인의 심정과 평소 행적, 장소와 주변인 인터뷰 등이 보도되자, 온라인에서는 끝도 없이 ‘자살행적’이 재생산되었습니다.

언론에서는 유명인의 자살이나 특정 사건이라던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는 자살사고를 보도하는데, 보도를 통해서 오히려 역효과를 더 많이 경험하고 있어요. 유사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나도 자살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해요.

일종의 카피캣 자살, 모방자살을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죠.

- 이명수(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센터장)

사람들이 가장 극도로 고통스러워 하는 건 내가 겪은 이야기가 하나의 가십거리, 대상이 되는 거예요. 현대사회는 사람들을 물건처럼 다루죠. 내 아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관계없는 사람이 감정을 공감해주는 과정 없이 '너 그런 일 당했어? 얘기해봐. 자세히 이야기해 봐.’ 결국엔 내가 당한 고통은 한 줄로 끝나는 거잖아요. 미디어가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 강현식(누다심 심리상담소)

여전히, 한국 언론의 자살보도는 갈 길이 멉니다. 자살보도 윤리강령이 있지만, 온라인 매체는 오늘도 어제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생활고에 시달려...자살’이라는 기사를 내놓습니다.
잘못된 자살보도 기사의 제목을 읽고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건 분명한 문제입니다. 한국 언론은 그들이 감행하고 있는 자살 보도 문제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제대로 해결해야 합니다.
자살보도 윤리강령을 지키지 않는 매체가 없었다면, 자살이라는 문제에 대해 그들이 올바를 태도를 꾸준히 보여왔다면, 작년에 처음으로 꺾인 자살률 그래프가 조금 더 먼저 꺾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